카지노 장비 공급업자들, 마카오 떠나 싱가포르·필리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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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허브' 마카오가 '제로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슬롯머신, 바카라 테이블 등 카지노 장비 공급업자들이 마카오를 떠나 싱가포르와 필리핀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6일 전했다.
마카오 카지노는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몰려드는 중국 관광객 덕에 연간 매출 360억달러(약 49조4천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도박 도시 라스베이거스보다 6배나 큰 규모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자 증가로 카지노가 2주간 폐쇄됐던 올해 7월 마카오를 찾은 관광객은 하루 평균 고작 300명이었고 7월 카지노 매출은 4천900만달러(약 673억원)로 역대 월간 최저를 기록했다.
8월 매출(2억7천100만달러)도 코로나19 이전의 약 9%에 불과했다.
반면 싱가포르의 2분기 카지노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70%를 회복했다.
필리핀과 한국도 75% 수준으로 올라섰다.
마카오는 지난 2년여간 무비자 입국을 금지하고 중국 저위험 이외 지역으로부터 오는 입국자에게는 7일 이상 호텔 격리 등을 요구하며 국경을 걸어 잠갔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역시 마카오 카지노를 찾았던 중국인들의 발을 거의 묶어뒀다.
이에 마카오 정부 세수의 80%를 차지하는 카지노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의 카지노 용품 공급업체 라이트앤원더는 마카오 시장이 위축되자 현지 외국인 직원들을 필리핀으로 이주시켰다.
이 회사는 필리핀이 아시아 최고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현지에 새로운 사무소를 열고 있다.
이 회사의 켄 졸리 아시아 담당 부회장은 "마카오 카지노들이 새로운 장비 구매를 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장비 유지비와 기술 지원으로 제한적인 수입만 올릴 수 있다"며 "필리핀 시장은 아시아의 지배 시장이 됐고 우리가 필리핀에 더 많은 직원을 두는 게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지노 장비 공급업체인 한 일본 회사는 공급망 문제로 인해 마카오에서 30%가량의 직원과 절반 이상의 재고를 옮기고 있다.
회사 이름을 공개하지 말라고 요구한 이 회사의 한 직원은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카지노들이 장비를 사지 않아 마카오의 매출이 약 90% 급감했다"고 토로했다.
제이 춘 마카오 게임 장비 제조업 협회장은 "최소 4개의 다국적 카지노 용품 공급업자가 인력과 자원을 해외로 옮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은 코로나19 이전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금 세탁, 부패, 자금 유출 등에 대한 단속의 일환으로 고액 도박꾼을 단속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가 닥치자 매출은 추락했고, 마카오 정부도 카지노 산업에 대해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최근 마카오 정부는 2023년까지 카지노 기계수를 1만2천개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 기준으로 마카오에는 이미 1만7천개의 카지노 기계가 있다.
또 카지노 업계에 게임 외 중의학과 기술 등 다른 분야 투자를 의무화하는 것을 포함해 여러 새로운 규정을 내놓고 있다.
카지노 장비 공급업자들에 마카오 시장 전망이 더 이상 밝지 않은 이유다.
춘 회장은 "싱가포르와 필리핀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마카오는 이미 빛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2007년부터 매년 마카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카지노 콘퍼런스 G2E 아시아도 올해 처음으로 싱가포르에서 지난달 개최됐는데, 마카오 카지노 업계 관계자들은 귀국 시 7일간의 격리 규정으로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카지노 회사 하드록인터내셔널 등의 임원을 지낸 대니얼 청은 "마카오는 이전과 같은 정상적인 서비스 재개를 기대할 수 없다"며 "예전의 마카오는 이제 과거가 됐다"고 말했다.